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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들 왕-노비로 가른 교사…"PT체조 시키고 신분 복귀"

송고시간2018-01-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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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반 학생들과 대화도 못 하도록 강요…정서·신체 학대"

피해 학생 학부모 "학교측 진실 왜곡·축소해 정신적 고통"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담임을 맡은 학생들을 왕과 노비 등 5계층으로 구분한 '신분제 학급'을 운영, 논란을 빚은 청주 모 초등학교 교사가 다른 반 학생들과 대화를 금지하는 등 부적절한 학급 운영 규칙을 지키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교사는 또 경고가 누적돼 신분이 강등된 학생들에게 PT 체조를 시켜 정서는 물론 신체 학대를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한 학부모는 "진상 조사를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신분제 학급을 운영한 A 교사가 학생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고 결론지었다"며 "학대로 결정한 핵심 요인은 단순한 신분제도 외에 교우단절 규칙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학부모는 "다른 반 학생들과는 교내, 방과후 등 어떤 경우에도 말을 하거나 어울려서는 안 되며, 설령 다른 반 아이가 말을 걸어도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며 "처벌은 신분 하향, 양팔 벌려 뛰기(PT 체조), '빡빡이(복습하기)' 등이 적용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분이 강등되면 이튿날 양팔 벌려 뛰기와 빡빡이를 해야 원래 신분으로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신분제는 A 교사가 작년에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5학년 학급의 칠판 오른쪽에 '오늘 나의 신분은?'이라는 표를 만들어 왕, 귀족, 중인, 평민, 노비의 5개 신분으로 구분한 뒤 경고 누적에 따라 학생 얼굴 사진을 정해놓은 신분에 붙여 신분을 가른 것을 말한다.

신분제 학급을 알린 학부모는 "(학교 측이) 5계층 신분 중 3번째인 중인 칸에 1∼2번 부착했다는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수시로 있었고, 평민 신분으로 떨어진 아이도 있었다"고도 했다.

이 학부모는 제보 내용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 결과임을 강조했다. 청주시교육지원청과 학교 측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 결과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신분이 강등되는 경우는 '교우간 규칙'을 어겼을 때다.

학교 측 확인 결과 이 규칙은 '다른 반 아이들과 이야기하지 않기', '떠들지 않기', '이성과 관련된 이야기 금지', '친구들 간 사귄다고 이야기하지 않기', '싸우지 않기', '비속어 사용 금지' 등이다. 5학년 전체의 규칙이었지만, A교사 학급은 9월까지 가장 길게 적용했다.

이 교사는 규칙을 어긴 학생에게 경고를 주었다. 쉬는 시간을 달리 적용하는 다른 반 수업 시간에 들어가 방해하거나 다른 반 친구들과 어울리는 행위도 금지했다.

학교 측은 "학교 차원에서 교외나 방과 후에 다른 반 학생들과 교류를 막도록 한 규칙은 없었다"며 "아이들이 이를 모르고 방과 후에도 규칙을 유지하다가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 때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의 신분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경고 횟수를 시각적으로 쉽게 확인해 주의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 아래로 내려간 신분은 그날 복귀시키고 집에 가서 복습쓰기를 해오겠다는 학생들만 이튿날 신분을 복귀시켰다는 게 학교측 설명이다.

PT 체조는 경고 1회로 신분 변동 없는 학생들에게 5회 시켰다. 경고 2회 이상 학생은 신분 강등과 함께 귀족 1장, 중인 2장 등 각 신분에 해당하는 분량을 복습토록 했다. PT체조 역시 귀족 10회, 중인 15회 등으로 구분해 시킨 뒤 신분을 왕으로 올려 집으로 돌려보냈다.

학교 측은 "경고가 4회 이상 누적돼 중인으로 신분이 떨어지는 일은 한 달에 한 번 정도였으며 대부분 왕과 귀족 신분에 머물렀고, 평민과 노비 신분으로 떨어졌던 학생은 없었다는 게 A교사의 해명"이라고 전했다.

이 교사가 신분제 학급을 운영했지만,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줄 만큼 과도하지는 않았다고 두둔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기관의 판단은 달랐다.

학부모의 문제 제기로 학교 측이 의뢰해 A 교사의 학급운영 방식을 조사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12월 "아동 정서 학대에 해당한다"는 소견을 통보했다. 당시 신분제뿐 아니라 교우 규칙 부분도 문제로 지적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기관은 "신분제, 교우 간 규칙을 적용한 것은 또래 관계를 단절시키거나, 아동들에게 부정적인 감정과 수치심, 불편함을 느끼게 했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심리·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A 교사가 학생들의 올바른 품성을 길러주고 과거 신분제를 시각적·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운영한 것으로, 악의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피해 학생 학부모는 "아동보호기관의 조사 결과와 동떨어진 학교 측의 축소·왜곡 발표로 신분제 학급을 공론화 한 우리 가족이 2차 피해를 봐 고통을 겪고 있다"며 "'손머리', PT 체조 등 신체 학대와 학습권 침해에 대해 아동보호기관이 조사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A 교사의 정서 학대 부분을 조사하고 있으며 PT 체조 등이 신체 학대에 해당하는지도 살필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제 학급 운영 논란은 A 교사가 지난해 1학기 초 발생한 여학생 간 학교폭력(성희롱) 건을 전담 경찰관에게 신고하지 않는 등 매뉴얼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이 밝혀지면서 불거졌다. 학교폭력 대처 미흡과 관련해 이 학교 교장과 교감, A 교사, 생활부장이 경고·주의 등 징계를 받았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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