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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간호사 되는 게 꿈이었는데" 간호조무사 남편의 눈물

송고시간2018-01-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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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편 "최후까지 환자 구하다 쓰러졌을 것…두 차례 '살려달라' 외침 생생"

(밀양=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제 아내는 끝까지 다른 환자들을 구하려고 뛰어다녔습니다. 그런 아내의 헌신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게 남편으로서 바람입니다."

밀양 농협 장례식장
밀양 농협 장례식장

(밀양=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27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숨진 간호조무사 김모(37·여)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남 밀양 농협 장례식장. 2018.1.27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숨진 간호조무사 김모(37·여)씨의 남편 이모(37)씨는 아내가 참사 당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인천 출신인 김 씨는 2011년 결혼한 뒤 남편과 함께 밀양으로 내려와 세종병원에서 실습을 받다 이곳에 정착했다.

중간에 1년간 인근 어린이병원에 전근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6년 내내 세종병원에서 일했다.

정식 간호사가 되기 위해 대학 간호학과에 지원하기도 했던 그는 합격자 발표도 보지 못하고 병원을 덮친 화마에 희생되고 말았다.

평소 '꼭 정식 간호사가 되겠다'며 의학 관련 TV 프로그램은 빼먹지 않고 챙겨보고 '간호사 남편이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며 곧잘 의학 관련 지식을 남편에게 알려주던 아내였다.

또 평소 쾌활하고 씩씩한 성격이던 아내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입맞춤을 했을 정도로 남편과 금슬도 좋았다.

그런 김 씨는 화재 당일인 26일 오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 입맞춤'을 하고 집에서 500∼600m 떨어진 세종병원으로 출근했다.

그런데 출근한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 7시 35분께 남편 이 씨는 김 씨로부터 다급하게 '살려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약 2∼3분 뒤 재차 전화가 와 '살려달라'고 외쳤으나 이 통화를 마지막으로 이 씨는 아내와 영원히 이별하고야 말았다.

이 씨는 "당시 경황도 없고 놀란 마음에 '살려달라'던 외침만 기억한다"며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하고 집에서 그대로 뛰어나가 병원까지 달려가 아내를 찾아 헤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내는 평소 간호업무에 사명감과 자부심이 높아 그 상황에서 제 목숨만 챙길 사람은 아닐 것이라 확신했다.

실제로 불이 난 뒤 간호조무사인 아내가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병원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는 구조자들 목격담도 있었다.

이 씨는 "아내가 세종병원에서 5년 넘게 근무했는데 그런 사람이 비상구를 모를 리 없다"며 "게다가 바로 외부로 통하는 출입구도 있어 만약 아내가 제 목숨만 생각했다면 얼마든지 혼자 빠져나왔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조자들 사이에 아내가 없는 것을 보고 순간 낙담하기도 했으나 '혹시나'하는 마음에 아내를 찾아 헤맸다.

그러다 "여기에 있다"는 지인 연락을 받고 달려간 인근 한 병원의 영안실에 안치된 아내 모습을 보고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 씨는 "어제보다 조금 진정은 됐으나 살아온 날보다 함께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내를 이렇게 잃게 돼 가슴이 아프다"며 "최후까지 환자들을 구하려다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좋은 터, 좋은 자리에 묻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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