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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범죄' 철옹성 뚫고 억대 현금 훔친 도둑들

송고시간2018-08-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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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홍 기자
박철홍기자

도주 시나리오 미리 준비해 경찰추적 피한 도둑들…경찰 1만㎞ 발품 팔아 검거

현금다발
현금다발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이 집은 철옹성 같아서 침입이 어렵겠는데,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네"

지난달 8일 광주 북구의 한 도매상가 건물을 서성거리는 전과 11범인 김모(46)씨의 눈이 빛났다.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정모(46)씨의 사주를 받고 이 상가건물을 털려고 사전 답사왔다.

혹시나 꼬리가 잡힐까 봐 자신의 모습을 찍고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 렌즈 앞에 스프레이 페인트까지 뿌렸다.

사전답사 과정에서 외부침입이 어려운 상가의 겉모습을 확인하고는 김씨는 열쇠수리공 홍모(49)씨를 찾아갔다.

범행 합류를 거절하는 홍씨를 "문만 열어주면 돈은 내가 훔친다"고 설득한 김씨는 지난 5일 해당 상가건물을 다시 찾았다.

일요일을 맞아 부인과 함께 교회로 향하는 피해자 A씨를 미행해 교회에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한 김씨는 서둘러 상가로 되돌아왔다.

홍씨가 자물쇠를 열어주자마자 4층 주택으로 들어가 여행 가방에 5만원권, 1만원권, 5천원권, 1천원권 등 현금다발을 가득 담아 나왔다.

모두 1억4천730만원에 달했다.

김씨는 홍씨와 달아나며 차량 번호판에 페인트를 칠해 가려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김씨는 경찰의 추적에 대비해 '가상의 인물을 흘려 수사에 혼란을 준다'등 도주 시나리오를 3개나 준비했다.

김씨에게 범행을 사주한 정씨는 필리핀에 체류하며 지인 강모(50)씨로부터 A씨가 평소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강씨는 직장 일을 하며 A씨가 운영하는 상가를 자주 들락거려 사정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

이 정보를 토대로 정씨는 김씨에게 A씨의 집에 침입하게 시킨 것이다.

김씨 등 일당은 범행으로 훔친 거액을 수천만원씩 쪼개 나눠 가졌다.

철저하게 대비했지만, 이들은 발품을 판 경찰에 줄줄이 붙잡혔다.

도주한 차량을 뒤쫓아 전국 1만㎞를 달린 경찰은 수사 수십 일 만에 김씨를 특정해 검거했다.

붙잡힌 뒤에도 김씨는 공범들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로 경찰의 수사에 혼선을 줬지만, 경찰은 치열한 두뇌 싸움을 펼쳐 공범인 홍씨와 범행을 교사한 강씨를 추가로 붙잡아 3명 모두를 구속했다.

또 범인에게 차량을 빌려주고 경찰에게 거짓말한 김씨의 지인은 절도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필리핀에 체류해 아직 귀국하지 않은 정씨는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귀국 즉시 검거할 방침이다.

정씨는 경찰과의 통화에서 "귀국하면 피해액을 전액 변제하겠다"고 미리 밝혔다.

피해자 A씨는 "요즘 보이스피싱 범죄가 잦아 거래처에 지급해야 할 거금을 은행에서 찾으려면 이리저리 설명해야 하는 것이 번거로워 돈을 집에 보관했는데, 도둑이 들 줄 몰랐다"고 경찰에게 털어놨다.

광주 북부경찰서 전경
광주 북부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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