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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농구' 논란 극복 못한 농구 대통령 허재, 씁쓸한 퇴장

송고시간2018-09-0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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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허웅·허훈 이어 허씨 3부자, 태극마크 반납

허재 농구 대표팀 감독
허재 농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농구 대통령' 허재(53)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결국 '혈연농구' 논란을 극복하지 못한 채 두 아들과 함께 태극마크를 반납하게 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허 감독이 사의를 표명해 이를 수리했다고 5일 밝혔다. 허 감독이 지난 2016년 6월 대표팀 전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지 2년 3개월 만이다.

허 감독의 임기는 2019년 2월 말까지였지만 임기를 5개월 이상 남긴 채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허 감독 사퇴의 표면적인 이유는 아시안게임에서의 부진이지만 무엇보다 '혈연농구'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감독의 두 아들 허웅(상무)·허훈(kt)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면서부터 불거졌던 부정적인 여론이 대표팀의 아쉬운 성적 이후 증폭된 것이다.

전날 귀국한 허 감독은 공항에서 앞으로 있을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예선에 대해 언급하며 감독직 유지 의사를 시사했으나 결국 두 아들이 새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데 이어 허 감독마저 물러나게 됐다.

허 감독 삼부자가 처음 나란히 태극마크를 단 것은 허 감독 선임 직후인 지난 2016년 7월이었다.

박찬희의 부상으로 허훈이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기존에 있던 허웅과 더불어 삼부자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그때만 해도 특혜 논란은 크지 않았다.

현역 시절 '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던 허 감독은 물론 아버지의 농구 유전자를 물려받은 듯한 두 아들의 실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던 상태였다.

허 감독은 "(두 아들에게) 특혜를 주지 않고 엄하게 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AG 무대에 선 3부자
AG 무대에 선 3부자

(자카르타=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14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A조 예선 한국 대 인도네시아 경기.
허재 감독의 아들 허웅(오른쪽)-허훈 형제가 작전 타임 후 코트로 들어가고 있다. 2018.8.14
utzza@yna.co.kr

그러나 허웅과 허훈이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결국 병역 혜택이 걸려 있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까지 나란히 승선하자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허훈의 경우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이견에도 허 감독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선발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수의 기량은 뛰어나지만 같은 포지션의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대표팀 한 자리를 꿰찰 만큼 압도적인 선수들이냐에 대해서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많은 논란이 제기됐다.

논란에 침묵한 허 감독이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아시안게임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했던 남자농구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이란에 패해 동메달을 목에 거는 데 그쳤다.

그 과정에서 허웅과 허훈 형제도 논란을 자신의 실력으로 씻어내는 데 실패했다.

허훈과 함께 지난 시즌 프로에 데뷔했으나 대표팀 승선 기회를 놓친 안영준(SK)과 양홍석(kt)이 3대3 농구 대표팀에 뽑혀, 5대5 대표팀보다 좋은 은메달의 성적을 거둔 것도 허 감독을 향한 비난의 강도를 키웠다.

결국 대표팀이 귀국한 직후 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아시안게임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고, 새로 구성된 대표팀에서 허웅과 허훈을 모두 제외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가 두 선수의 대표팀 선발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어서 허 감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었고, 허 감독은 결국 사퇴를 택했다.

선수로서 농구대잔치 우승 7회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 감독으로서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를 이끈 '레전드' 허재의 첫 대표팀 감독 경력은 씁쓸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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