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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3명째"…인도 소도시서 식인 호랑이에 2년 넘게 '희생'

송고시간2018-09-1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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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정책에 호랑이 늘었지만 서식지 태부족…인간 vs 호랑이 갈등 불가피

2017년 5월 3일 인도 산자이 간디 국립공원에서 벵갈 호랑이 한 마리가 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5월 3일 인도 산자이 간디 국립공원에서 벵갈 호랑이 한 마리가 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 중부의 한 소도시에서 식인 호랑이가 2년여간 13명이 넘는 주민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0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州) 야바트말 지역에 있는 인구 2만6천여 명의 소도시 판드하르카와다 주변에선 2년여 전부터 호랑이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첫 희생자는 목화밭에서 등이 할퀴어진 채 시신으로 발견된 노부인이었다. 이어 농부가 왼쪽 다리를 물어뜯겨 숨졌다. 올해 8월에는 한 달 동안 무려 3명이 호랑이에 물려 사망했다.

관련 당국은 이 지역에서 지난 2년여간 최소 13명이 호랑이에게 물려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신에 남은 체액을 검사한 결과 피해자들은 모두 'T-1'이란 별명이 붙은 5살짜리 암컷 호랑이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단일 개체가 사람을 잇따라 공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다.

어미가 농장 전기 펜스를 넘으려다 죽은 뒤 홀로 생활해온 T-1은 현재 155㎢에 달하는 면적을 점유한 채 두 마리의 새끼를 기르고 있다.

주민들의 공포가 커지자 해당 지역 산림감시원들은 올해 초 T-1에 대한 사살 허가를 요청했지만, 새끼를 보호하려다가 생긴 사고라며 생포를 주장하는 야생보호 활동가들의 주장으로 결정이 지연됐다.

2018년 3월 27일 인도 카지랑가 국립공원에서 코끼리 조련사와 산림감시원들이 공원내 순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18년 3월 27일 인도 카지랑가 국립공원에서 코끼리 조련사와 산림감시원들이 공원내 순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당국은 대신 마취총으로 무장한 산림감시원을 수색작업에 투입하는 등 대책을 강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인 호랑이의 위협이 판드하르카와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Endangered)인 벵갈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일부 효과를 거두면서 호랑이 개체 수가 급증했지만, 서식지는 오히려 줄면서 인도 각지에서 유사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벵갈 호랑이의 개체 수는 2006년 1천411마리에서 현재는 2천500마리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집권 인도 국민당(BJP)이 소 도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인 없이 방치된 소가 늘어난 것도 호랑이들이 보호구 바깥에서 먹이를 찾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현지 호랑이 전문가인 발믹 타파르는 영역 다툼에서 밀려난 호랑이들이 인간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인도의 호랑이 (증가) 상황은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엉망진창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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