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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경제변화> ①김정은, 왜 '변화'를 택했나

송고시간2013-11-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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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장악 위한 선택…되돌릴 수 없는 시장경제 흐름 수용대북제재·핵문제·남북관계 악화도 큰 변수는 못될 듯

평양시내 활보하는 택시 << 연합뉴스 DB>>

평양시내 활보하는 택시 << 연합뉴스 DB>>

<※ 편집자주 = 북한 김정은 체제가 집권 2년째를 맞아 다양한 경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생산 단위의 자율권과 인센티브를 확대해 '민심'을 얻고 경제특구 개발로 '외자'를 유치하는 것이 변화의 양대 기조가 되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이런 변화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연합뉴스는 북한 경제 변화의 내용과 배경을 짚어보는 기획기사 3꼭지를 제작, 일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의 신생 김정은 체제가 시장경제 요소를 접목한 다양한 경제정책을 시도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장·기업소·협동농장에 수익에 따른 추가수당 지급 등 생산활동의 자율권을 자본주의 기업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부여하고 있다.

14개 주요 지방에 독립성이 강한 경제개발구를 조성하고 외자 유치와 운영에 대한 권한을 확대하는 조치를 통해 지역 경제발전을 꾀하는 것도 중요한 경제변화의 한 축이다.

겉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자본주의 기업경영의 핵심요소를 북한 현실에 맞게 과감히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북한식 시장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생 해결과 경제발전을 위한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김정은 정권의 안정과 성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지 기반이 허약한 김정은 정권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을 통해 민심을 얻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에서 탈출구를 찾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의 변화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시장경제의 흐름이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북한 경제의 주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 많은 아사자를 창출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후 경제난 해소를 위해 2002년 일부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한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실시했다.

이 조치는 사실상 북한 경제의 탈출구가 됐고 이후 개혁과 후퇴를 반복하는 '갈지자' 행보 속에서도 북한 사회·경제 전반에 시장경제 요소를 빠르게 심는 일등공신이 됐으며 나아가 북한 경제의 근간이 됐다.

북한이 2009년 말 김정은 후계체제 출범과 함께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부활을 위해 보수적으로 실시했던 화폐개혁이 전례없는 실패로 귀결된 것도 7·1조치에 따른 시장경제 요소 도입의 현실과 파괴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북한은 껍데기만 사회주의 계획경제일 뿐 실제로는 전부 시장경제 원리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속에서도 경제가 돌아가는 것은 전적으로 시장의 힘"이라고 말했다.

북한 평양시내에서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 DB>>

북한 평양시내에서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 DB>>

결국 김정은 정권은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 북한 사회에 공고히 자리잡은 시장 중심의 경제시스템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경제난 해소와 장기적인 경제발전 차원에서 활용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셈이다.

북한은 지난 5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로 새 경제조치를 연구 중이고 시범단계를 거쳐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7·1조치를 추진하는 과정에 보수적인 군부와 노동당 원로에 의해 밀려났던 박봉주를 지난 4월 총리에 다시 등용하고 힘을 실어주면서 새 경제조치의 성공을 꾀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 총리와 함께 7·1조치에 힘을 보탰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노동당을 장악하고 있는데다 잦은 군부 인사와 신진인물의 대거 등용으로 군부의 파워도 예전 같지 않아 최근의 경제변화가 일회적 조치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정은 제1위원장과 김정은 정권의 후견인이자 실권자인 장 부위원장을 등에 업은 박봉주 총리에게 과거처럼 견제구를 던질 세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정은 체제는 군을 경제건설에 대대적으로 동원하고 '군민협동작전'을 강조하면서 '당의 명령에 복종할 것'을 역설해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경제변화의 '적'은 내부보다 외부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북한이 경제·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이어가면서 북핵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계속되고 있다.

또 북한 경제발전에 적잖은 도움을 줬던 남북간 경제협력사업은 개성공단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부 자원이 부족해 외부로부터의 수혈이 절실한 북한 입장에서 대외관계 악화는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변화 시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북미관계 악화와 남북관계의 단절 속에서도 북한 경제가 시장경제 요소를 원동력으로 더이상 후퇴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진전해왔다는 점에서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대외관계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평양을 중심으로 택시가 늘어나 출퇴근 차량정체까지 생길 정도이고 휴대전화 보급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전력공급이 원활해지면서 화려한 야경도 등장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달리 북한 경제는 규모가 작아 대규모 투자가 아니더라도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나 기업과의 인력 수출, 임가공 등 다양한 교류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도 그럭저럭 굴러갈 수 있는 구조"라며 "현 경제변화의 흐름이 대외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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