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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난무하는 외국어…'세종대왕님 죄송해요!'

송고시간2014-10-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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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프로야구 캐치프레이즈 '올웨이스 비 위드유'

2014 프로야구 캐치프레이즈 '올웨이스 비 위드유'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올웨이스 비 위드유', '투게더, 리:스타트! 비 레전드!', '무브 포워드', '플레이, 런, 샤우트', '리스펙트 캠페인'….

세계화의 흐름일까, 단순히 멋있어 보이기 위함일까. 훈민정음 반포 568돌을 맞는 한글날(10월 9일)을 앞두고 체육계에 무분별하게 퍼져 있는 외국어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국민의 큰 사랑을 받는 운동 종목의 구호(캐치프레이즈)를 비롯해 방송 중계에 나선 일부 해설자들의 말을 듣다 보면 듣기에 민망할 때가 잦다.

스포츠 종목 대부분이 외국에서 들어온 터라 딱히 한글로 바꾸기 애매한 경기 규칙이나 용어 등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굳이 외국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꼬부랑말'은 듣는 사람의 짜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한국 스포츠가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외국어의 사용을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도 있지만 '국적 불명'의 외국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올해 프로야구는 올해 캐치프레이즈를 '올웨이스 비 위드유(always B with you)'로 선정했다.

'항상 그대 곁에 야구가 있다'라는 의미지만 한글을 쓰지 않고 영어로만 구성했다. 영어에 익숙지 못한 사람이 들으면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어린이에게 꿈을'이라는 구호로 명확하게 뜻이 전달됐던 것과 비교하면 아쉽기만 하다.

또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4월 '리스펙트 캠페인(Respect Campaign)' 선포식을 열었다. 선수, 지도자, 심판, 관중 등 축구를 둘러싼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해 올바른 축구 문화를 정립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리스펙트라는 단어를 모르면 뜻이 통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 역시 지난해부터 팬과 소통하자는 의미에서 'Talk about K LEAGUE'(토크 어바웃 K리그)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영어를 모르면 소통 자체가 어려운 말이 되고 말았다. 2년전 '열정 놀이터'라는 한글 구호를 썼던 것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남는다.

프로구단들의 외국어 남용은 더 심각하다.

<월드컵2014> 태극전사, 이구아수 입성
<월드컵2014> 태극전사, 이구아수 입성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선 축구 대표팀 버스에 한글로 '즐겨라 대한민국!'이라는 구호가 붙어있다.<<연합뉴스DB>>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도 구호를 '투게더, 리:스타트! 비 레전드!'(Together, RE:Start! BE Legend!)로 정했다.

최근 3년간 삼성은 '예스, 위 캔!(Yes, We Can!)', '예스, 원 모어 타임!(Yes, One More Time!)', '예스, 킵 고잉!!!(Yes, Keep Going!!!)' 등 영어만으로 구호를 정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또 기아 타이거즈가 사용하는 'All new Stadium! All New KIA TIGERS!'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도 올해 팀 구호를 'Play, Run, Shout'(전주성에서 놀고 뛰고 외치자!)를 사용했다. 지난해 'GRAND GREEN! GREAT JEONBUK!'에 이어 외국어로만 구성했다. 부천FC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전진하자'라는 의미로 'Move Foward'를 쓰고 있다.

반면 한글을 사용해 의미를 부각한 사례도 많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즈는 올해 구호를 '2014! 독수리여 깨어나라!'로, LG 트윈스는 '승리를 향한 열정! 더 높은 곳을 향한 2014'로 정했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회에 나선 축구대표팀은 '즐겨라 대한민국∼!'을 구호로 사용하면서 연령의 구별없이 모든 일반인의 이해도를 높였다.

또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는 '승리! 그 이상의 감동!'이라는 말로 이번 시즌을 맞이하는 구단의 의지를 깔끔하게 설명했다.

프로축구 대구FC는 구수한 사투리를 녹여 '뜨거운 함성! 마카다 대구FC!'라는 구호를 만들었다.

'마카다'는 '전부, 모두'를 의미하는 경상도 방언으로 지역민에게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되는 좋은 사례다. 대구FC의 응원단 이름은 살가운 경상도 사투리인 '그라지예'다.

또 포항 스틸러스는 최근 구단 목도리를 제작하면서 한글로 '우리는 포항이다'라고 써놓아 외국어 일색인 기념품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이 함께 공유해야 할 구호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한글은 촌스럽다'라는 인식 속에 국내 팬들에게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강요하는 행태는 지양돼야 마땅하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최근들어 구호를 공모하면 영어로 된 작품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한글을 사용해도 되지만 뭔가 짧은 말로 많은 의미를 담기에 영어 단어가 편리한 면도 있어서 유행처럼 외국어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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