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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수사관'…'1인5역' 목소리 연기로 지인 돈 6억 뜯어

송고시간2016-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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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표준어 자유자재 구사…압류 계좌 해제 등 명목으로 거액 챙겨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빌린 돈 상환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목소리 연기까지 동원해 검찰과 수사관, 사촌형 등을 사칭한 40대가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인을 속여 50차례 6억 2천700여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사기 등)로 안모(41)씨를 구속해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안씨는 2010년 사회인 야구리그 사업을 시작하던 무렵 김모(46)씨에게 사업 자금을 빌려주면 2배로 갚겠다고 꼬드겨 같은 해 8월부터 2012년 9월까지 20회, 1억 7천500만원을 뜯었다.

하지만 안씨는 돈을 두 배로 불려주기는커녕 빌린 원금도 갚지 않았다. 빌린 돈은 사회인 야구리그 사업을 하기 전 다른 사업을 할 때 진 빚을 갚는 데 썼고, 야구리그 사업 운영도 잘되지 않아 적자가 점점 쌓여갔기 때문이었다.

안씨는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김씨에게 위조한 통장 잔액 조회서를 보여주면서 "형사 고소를 당해 야구리그 가입비 9억원이 든 계좌가 압류됐다"며 변제를 미뤘다.

안씨는 압류 계좌를 해제해 돈을 갚겠다면서 김씨를 안심시킨 뒤, 압류 계좌 해제에 필요하다면서 당하지도 않은 형사고소 합의금 등 명목으로 또다시 30차례 4억 5천200만원을 챙겼다.

김씨는 안씨의 계좌압류가 풀리면 자신이 처음 빌려준 1억 7천5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부동산 담보 대출과 카드 대출 등 각종 대출을 받고 자신과 가족들의 보험까지 해약해 안씨에게 돈을 건넸다.

안씨는 자신이 정말 고소를 당한 것처럼 김씨를 속이기 위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목소리 톤을 바꾸고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검사와 수사관, 사촌형, 아는 형 등 행세를 하며 1인 5역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안씨는 검찰 인사 기사에서 알게 된 서울중앙지검 김모 검사의 이름을 대며 그가 자신의 수사 사건을 맡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김씨는 안씨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청에 전화 문의를 해 김 검사가 실제로 근무 중이라는 대답을 듣고서 안씨를 더욱 믿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안씨는 서울 말씨의 굵은 목소리로 '김 검사'라면서, 김씨에게 앞으로는 사무실로 전화하지 말고 직접 전화를 달라는 엄포도 놓았다.

또 법무부 장관 보좌관을 아는 지인을 통해 압류된 재산을 풀도록 수사 검사에게 외압을 가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 지인 행세를 하면서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는 수사관 행세를 할 때는 가는 목소리로 표준어를 구사하고, 수원지검 수사관인 척 할 때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등 뛰어난 개인기로 감쪽같이 1인 5역을 해내며 김씨를 속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5년 동안 돈을 돌려받지 못한 김씨는 결국 7월 초 경찰에 고소장을 냈고, 안씨는 이달 5일 경찰에 검거됐다.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모두를 인정했으며, 경찰은 안씨가 범행을 더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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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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