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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해적당 제2당 부상…집권 기회까지 잡았다(종합2보)

송고시간2016-10-3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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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대약진에 연정 과반의석 도전…참패한 총리 사임

금융위기 따른 정치불신·기득권 부패에 포퓰리스트 득세

해적당 당원모임에서 해적 분장을 한 지지자[AP=연합뉴스 자료사진]
해적당 당원모임에서 해적 분장을 한 지지자[AP=연합뉴스 자료사진]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기성정치 반대를 기치로 내건 아이슬란드의 포퓰리스트 정당 해적당이 총선에서 약진해 집권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29일(현지시간) 치러진 아이슬란드 조기총선 개표 결과 해적당은 14.5%를 득표해 10석을 얻었다.

이에 따라 해적당은 집권 연립정부의 일원인 독립당(21석)에 이어 야당인 좌파녹색당(10석·득표율 15.9%)과 공동 원내 제2당에 올랐다.

해적당은 득표율이 투표직전 지지율 20%에 미치지 못했으나 의석을 기존 3석에서 3배 정도나 늘렸다.

좌파녹색당 등 해적당과 연정에 사전 합의한 좌파 성향 3개 정당은 모두 17석을 얻었다.

이들 정당과 해적당을 포함한 의석수는 27석으로 총 63석인 의회의 과반인 32석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집권하고 있는 중도우파 연정도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해 집권을 위한 열띤 정부구성 협상을 예고했다.

독립당은 2석을 늘린 21석으로 제1당을 유지했지만 연정 파트너인 진보당은 11석이 줄어든 8석을 얻으며 참패했다.

진보당은 지난 4월 사상 최대 조세 회피 의혹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서 조세회피처에 재산을 빼돌린 의혹이 제기된 이후 대규모 시위에 사퇴한 다비드 귄로이그손 전 총리가 이끈 정당이다.

이 같은 구도에서 7석을 확보한 신생 개혁당이 차기 정부 구성의 열쇠를 쥐게 됐다.

개혁당은 유럽연합(EU) 가입 찬반 국민투표 실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독립당을 탈당한 이들이 만든 정당으로 친(親) EU 성향이다. 아직 두 연합 중 선호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집권 중도우파 연정이 의석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진보당 소속의 시구르두르 잉기 요한손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4월 귄로이그손에 이어 총리 자리에 오르며 이번에 치러진 조기총선을 약속했다.

요한손 총리는 "사임은 헌법에 따른 절차"라며 "아이슬란드 헌법은 새 정부가 구성되기 전까지만 총리직을 유지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해적당은 2012년 활동가, 무정부주의자, 해커 등이 반 기성 정치를 주창하면서 창당됐다.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5.1%를 득표해 3석을 확보했다.

2008년 금융위기 국면에서 3대 은행의 파산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깊어진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당시 해적당 의회 입성을 이끌었다.

여기에 올해 4월 귄로이그손 총리의 조세회피처 재산 은닉 의혹이 제기되면서 반(反) 부패와 변화에 대한 바람이 거세졌다. 당시 해적당 지지율은 40%까지 치솟았다.

해적당 공동창립자인 비르기타 존스도티르(49·여) 의원은 AFP 통신에 "우리는 젊은층, 사회를 다시 만들려는 진보적인 이들을 위한 정당이다. 해적 같다. 로빈 후드도 해적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부패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체계를" 쓸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해적당은 사회 지도층에 대한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개헌, 무상의료, 천연자원 보존 강화, 대기업 탈세 척결 등을 약속했다.

올라푸르 하로르손 아이슬란드대 정치학 교수는 "해적당은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이들이 느끼는 정치와 기성체계에 대한 반감에 집중해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해적당의 약진은 유럽을 휩쓸고 있는 포퓰리스트 성향의 신생 정당이 부상한 흐름을 반영한다.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이 정치 지형을 무너뜨리는 흐름이다.

창당 3년째인 독일의 반(反)난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대안당)은 지난 9월 두 자릿수 득표율로 처음으로 베를린 주 의회에 입성했다.

이탈리아에선 기성 정치 체제에 반기를 든 오성운동이 수도 로마와 토리노에서 30대 여성 시장을 배출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12월과 6월 스페인에서 치러진 두 차례 총선에서 반(反) 긴축 극좌정당인 포데모스(Podemos)도 제3당으로 부상하면서 양당 체제를 흔들었다.

앞서 그리스 시리자(급진좌파연합)는 재정위기 속에서 집권당으로 등장했다.

내년 봄 대통령선거에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과 EU 탈퇴를 끌어내는 데 일조한 영국독립당(UKIP)도 기성 체제를 거부하는 정당이다.

사상 초유의 난민 유입 사태와 부패, 금융위기 이후 경제난 등이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을 키운 결과들이다.

다만 이번 아이슬란드 총선에서 집권세력의 한 축인 독립당이 지금보다 의석을 늘린 데에는 안정을 바라는 민심도 적지 않음을 반영한다.

독립당은 금융위기 여파를 딛고 성장세를 구가하는 경제를 집중적으로 호소했다.

인구 33만명인 아이슬란드 경제는 올해 240만명에 이르는 외국인 관광객에 힘입어 4.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은 현재 2%대로 떨어졌다.

비르기타 존스도티르 해적당 의원
비르기타 존스도티르 해적당 의원

(레이캬비크 AP=연합뉴스) 비르기타 존스토티르 아이슬란드 해적당 의원이 29일(현지시간) 투표 후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2016.10.29

(레이캬비크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조기총선 투표를 마친 아이슬란드 국민들이 레이캬비크 투표장 밖에 서 있다. 2016.10.29

(레이캬비크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조기총선 투표를 마친 아이슬란드 국민들이 레이캬비크 투표장 밖에 서 있다. 2016.10.29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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