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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첫 공동기수 정은순 "평생 자부심 느껴"

송고시간2018-0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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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올림픽서 北 박정철 유도 감독과 공동입장

"개회식장 모든 관중이 기립 박수 보내 당황하기도"

'깃대 위쪽 잡아라' 주문에 '왜 싸움 붙이나' 불만도

올림픽 개막식 동시입장, 남북기수
올림픽 개막식 동시입장, 남북기수

오는 15일 호주 시드니 홈부시베이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남북동시입장때 한반도기를 들게 될 남측 정은순 선수와 북측 박정철 코치./ 특별취재단 2000.09.14 (올림픽=연합뉴스) <저작권자 ⓒ 2000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오는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남북이 공동입장을 하기로 하면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과 북은 사상 최초의 개회식 공동입장을 통해 전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다.

당시 기수로는 우리나라 정은순(47), 북한은 박정철(57)이 나서 한반도기를 높이 들고 남북 공동입장이라는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했다.

현재 스포츠 전문 케이블 위성 채널인 KBS N 스포츠 농구 해설을 맡은 정은순 위원은 "18년 전에 제가 공동입장 기수를 맡아서인지 이번에는 제가 하는 것이 아닌데도 벅찬 느낌이 든다"고 회상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건 정 위원은 "시드니에 도착해서 훈련하다가 기수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버텼는데 유수종 감독님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문의 영광으로 알아라'고 하셔서 맡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정 위원이 기수를 맡는 것에 난색을 보였던 것은 개회식 바로 다음 날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 위원은 "그때 우리 목표가 8강이었는데 개회식 다음 날 꼭 이겨야 하는 폴란드와 경기가 있었다"며 "개회식에 가게 되면 다음 날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우려대로 폴란드전에서 저 때문에 졌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정 위원은 "그런데 못 이길 상대였던 러시아와 경기에서는 또 제가 잘해서 이겼다"고 웃으며 결국 '4강 신화'를 썼던 당시 대회를 떠올렸다.

남북한 기수단 입장
남북한 기수단 입장

남북한 시드니올림픽 참가선수단 기수인 정은순(남).박정철(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15일 오후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올림픽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개막된 2000 시드니올림픽에 동시입장하고있다./특별취재반 2000.9.15 (본사자료)
(올림픽=연합뉴스) <저작권자 ⓒ 2000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한 기수는 유도 감독이던 박정철 감독이었다.

정 위원은 "원래 다른 선수가 북쪽 기수로 나오기로 했었는데 남쪽에서 키(185㎝)가 큰 제가 기수라는 사실에 북한에서 기수를 변경했다"며 "당시 북한이 농구, 배구에 출전권을 못 따서 선수 중에는 키가 큰 사람이 없다 보니 감독인 박 감독님을 기수로 선정했다더라"고 소개했다.

박 감독의 키는 178㎝로 알려졌다.

함께 한반도기를 맞잡고 입장하지만, 더 위쪽을 잡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정 위원은 "박 감독님도 계속 위쪽을 잡으려고 하기에 '나만 그런 주문을 받은 게 아니구나'라고 느꼈다"며 "남북 화합의 장이라고 기수를 맡겨놓고는 이런 싸움을 시키다니 뭐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고 웃어 보였다.

당시 29살이던 정 위원은 "사실 저는 그렇게 큰일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입장하는 순간 메인 스타디움에 있던 모든 관중이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내기에 당황하기도 했고 깜짝 놀랐다"며 "제 주위에는 선수단장이나 임원분들이 주로 계셨는데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정 위원은 "그때 공동입장을 하게 되면서 단복도 새로 맞췄는데 다른 선수들은 기성복 가운데 치수가 맞는 것을 입었지만 저는 따로 데려가서 맞춤 단복을 만들어줬던 기억도 난다"며 "이번에는 국내에서 공동입장을 하게 돼 더 감동이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정은순 위원.
정은순 위원.

그는 아직 누가 될지 모르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기수에게 "18년 전의 저처럼 '별것 아니다'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웃으며 "평생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도 될 만큼 의미 있는 일"이라고 격려했다.

정 위원은 "개회식 입장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정성스럽게 온 힘을 다 쏟아서 기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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