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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서 껴안고 "모텔서 쉬다 가자"…여직원들 "그만둬야 하나"

송고시간2018-04-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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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모 의료원, 성추행·성희롱 등 인권침해 심각 확인

가해자 인사 조처·재발방지대책 마련 권고에도 뒷짐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강원도 모 의료원에서 근무하던 30대 여직원이 같은 부서 상사로부터 6개월 동안 상습적으로 성추행당했다는 사실을 밝힌 가운데 이 의료원 내에서 성추행과 성희롱 등 인권침해가 심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 인권보호관은 의료원 인사규정에 따라 가해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와 성폭력 관련 규정·지침·매뉴얼 보완 등을 권고했으나 의료원 측은 무엇 하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11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강원도 모 의료원 내 성희롱에 관한 인권보호관 결정문을 보면 원무팀 소속 조모(41)씨는 입사 초기의 타 부서 여직원을 당구장에서 껴안았다.

당황한 이 여직원은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나'라는 자괴감을 느꼈다.

상조회 총회 후에는 저녁 자리와 노래방 회식에서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어깨동무를 하는 등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기도 했다.

같은 팀 부하 직원에게는 찜질방에서 신체접촉으로 불쾌감을 주고, 평소에도 대화 중 성적인 언사로 희롱했다.

당시 원무팀장이었던 심모(56)씨는 이 부하 직원에게 퇴근 후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차에 태우고서는 집을 지나쳐 무인모텔 앞까지 데리고 가 "쉬었다 가자"며 성적 수치심을 줬다.

심씨는 또 노래방에서 남녀 간에 짝을 지어 블루스 춤을 강요하고 여직원 엉덩이 등을 스치듯 만졌다.

피해자이자 최근 의료원 내 성폭력 실태를 폭로한 김모(30·여)씨는 당시 자신이 겪은 이 같은 성폭력에 대해 인사 노무 담당자 홍모(49)씨에게 내부 고충처리절차를 상담했다.

하지만 홍씨는 여성 관련 성 고충상담 처리절차에 지정된 상급자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고, 가해자로 지목된 심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심씨가 곧장 남성 직원들만 모아 "김씨가 외부에 알리려 하니 조심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직원들 사이에 김씨의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2차 가해가 발생했다.

성추행 (PG)
성추행 (PG)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김씨로서는 내부 고충처리절차에 불신을 느끼고 강원도 인권센터에 인권침해 구제 신청하고 경찰에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인권보호관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두 달여의 조사 끝에 해당 의료원에 조씨, 심씨, 홍씨 세 사람을 인사규정에 따라 인사 조처와 대기발령 등 이격 조치에 대한 세부 절차가 포함된 관련 규정·지침·매뉴얼 보완을 권고했다.

하지만 세 사람은 다른 부서로 자리만 옮겼을 뿐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조씨는 이달 9일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가 직원들 사이에서는 육아휴직 기간에는 해고가 불가능한 점을 이용한 꼼수 휴가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 관련 비위를 다루는 인사위원회에서도 지역 연고가 없는 외부전문가 참여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절차 등 규정을 정비하라고 권고했으나 최근 열린 인사위원회에서는 외부위원으로 지역 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인사위원회 외부위원들과 의료원 사람들이 다 알고 지내는 사이로 가해자들과도 친하고 술자리도 동석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온정으로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신뢰조차 어렵다"고 비판했다.

인권보호관은 또 종합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 도지사에게 제출할 것을 권유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의료원 관계자는 "재발방지대책은 내부에서 정리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얘기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인사위 외부위원들이 지역 인사들로 구성돼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답변을 피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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