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시한부 뉴질랜드 고교생, 휠체어 타고 송별사

송고시간2015-11-07 08: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뉴질랜드의 한 고등학교 학생회장이 휠체어를 탄 채 졸업식 송별사를 해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뉴질랜드 뉴스 사이트 스터프는 크라이스트처치남자고등학교 헤드 보이 제이크 베일리(18)가 지난 4일 졸업식에서 마지막 연설을 했다며 그는 불과 1주일 전에 암 진단과 함께 빨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몇 주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통보도 함께 받았다고 7일 전했다.

시한부 뉴질랜드 고교생, 휠체어 타고 송별사 - 2

그러나 병상에서 투병 중이던 그는 잠시 외출 허가를 받아 휠체어에 몸을 싣고 동료 학생들이 있는 졸업식장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휠체어에 탄 채 연단에 올라 학생회장 자격으로 마지막 연설을 했다.

"연설문을 직접 썼다. 오늘 여기서 연설을 하기 딱 1주일 전에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다"고 그는 말문을 열었다.

그는 "만일 앞으로 3주 안에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 연설하러 오늘 여기에 오는 것도 병원에서 말렸다"고 했다.

베일리가 3주 동안의 힘든 검사 끝에 진행속도가 상당히 빠른 백혈병인 버킷 비호지킨성 림프종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은 건 지난달 말이었다.

닉 힐 교장은 "아주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일이라 학교에서도 상당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며 베일리가 졸업식장에 모습을 나타내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송별사를 대독하려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이크가 직접 연설하러 오다니 정말 대단하다. 나는 그가 얼마나 아픈지 잘 안다. 그리고 그가 연설하면서 보여준 강인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베일리는 자신이 쓴 원고를 읽어 내려가다 가끔 감정이 북받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연설을 이어갔다.

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숨을 죽이고 그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우리는 누구도 살아서 자신의 삶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래서 당당하고, 멋지고 품위 있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분이 가진 기회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 삶을 끝내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하지만 '더 높은 것을 추구한다'는 학교 교훈을 늘 명심하자고 당부했다.

그의 마지막 연설에 동료 학생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가 쏟아지고 즉석에서 마오리 전사들의 용맹스런 춤 하카가 벌어지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부르는 교가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베일리는 하카가 벌어지는 동안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가 입술 모양으로 특별히 고맙다는 인사를 던지기도 했다.

힐 교장은 졸업생, 학부모, 시민으로부터 격려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며 "그는 강인하다. 그에게는 불꽃과 같은 무엇인가가 있다. 바위처럼 단단하다"며 그의 투병을 응원했다.

koh@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