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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2만2천개 쏟으며 "월급 가져가라"…외국인 근로자의 설움

송고시간2016-06-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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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밀린 것 따지자 동전으로… 한은서 겨우 환전

(창녕=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한 건축업자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밀린 월급을 동전 2만2천여개로 지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동전 2만2천개 쏟으며 "월급 가져가라"…외국인 근로자의 설움 - 2

경남 창녕군의 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A씨 등 외국인 노동자 4명은 지난 9일 건축업자 B씨로부터 밀린 월급 440만원을 받았다.

B씨는 100원짜리 동전 1만7천505개, 500원짜리 동전 5천297개 등 동전 총 2만2천802개를 이들에게 건넸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자루에 담아온 동전을 사무실 바닥에 쏟아 뒤섞이도록 한 뒤 '가져가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바닥에 흩어진 동전을 모두 모은 뒤 박스에 담아 집으로 가져갔다. 그리곤 밤을 새워 100원짜리와 500원짜리로 분류했다.

받은 동전을 두고 고민하던 이들은 인근 상점 주인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이들의 딱한 사정을 들은 주인은 상점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함께 다니며 도와줄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상점 주인은 "이들이 딱하기도 했지만 한국인 체면 문제도 걸려있다는 생각에 돕기로 했다"며 "자신을 고용한 회사 이름도 알지 못할 정도로 한국어가 서툴어 그대로 내버려두면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올 5월 중순부터 B씨와 일하기로 하고 창녕의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달 가량 임금을 받지 못해 B씨에게 따지자 '동전 월급'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점 직원은 이들과 함께 동전을 차에 실고 농협과 은행 등을 찾았으나 '환전해 주기엔 동전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동전은 창원시에 있는 한국은행 경남본부를 찾아가서야 겨우 5만원짜리 지폐로 환전할 수 있었다.

한국은행에서도 2만2천여개를 모두 재분류하고 환전하는데 4명의 직원이 붙어 40여분간이나 걸렸다.

이들의 사정을 알게 된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외국인 노동자 4명에게 물티슈와 수건, 치약, 칫솔 등을 선물했다.

한국은행 경남본부 관계자는 "뉴스로만 보던 일을 눈 앞에서 보게 되니 황당하기도 했고 한국인으로서 미안한 마음도 컸다"며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받게 된 것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수 있을까 싶어 홍보용 물품을 이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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