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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 "죽음의 두려움 떨쳤다" 파도에 휩쓸린 승무원 구한 해경(종합)

송고시간2016-10-0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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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여파로 여수서 좌초한 여객선서 여수해경 구조대 승무원 극적 구조

<태풍 차바> '마지막까지 현장에'
<태풍 차바> '마지막까지 현장에'

(여수=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제18호 태풍 '차바'가 강타한 5일 오전 전남 여수시 오동도 방파제길에서 좌초한 여객선에서 승무원을 구조한 신승용 여수해양경비안전서 122구조대장이 다친 다리를 이끌고 걸어나오고 있다. 2016.10.5
pch80@yna.co.kr

(여수=연합뉴스) 박철홍 정회성 기자 = "악! 사람이 빠졌어요."

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여수 인근 해역을 스치듯 지난 5일 오전 8시 55분께 오동도가 내려다보이는 호텔 객실 쪽에서 강풍이 내는 바람 소리를 타고 한 여성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오동도와 육지를 잇는 방파제 길에서는 붉은 구명조끼를 입은 승무원 2명과 해경 구조대원 4명이 집채만 한 파도에 휩쓸려 속절없이 바다로 추락했다.

태풍이 여수에 근접한 시점인 이날 오전 여수해양경비안전서 상황실에는 다급한 신고전화가 울려 퍼졌다.

<태풍 차바> 태풍 속 구조
<태풍 차바> 태풍 속 구조

(여수=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제18호 태풍 '차바'가 북상한 5일 오전 전남 여수시 오동도 방파제에 여객선이 좌초해 물에 빠진 선원을 해경이 구조하고 있다. 2016.10.5

여수 신항으로 피항한 여객선이 태풍이 몰고 온 거센 파도에 밀려 표류하고 있다는 것.

태풍 피해에 대비해 비상근무 중이던 여수해경 122 해양구조대 신승용(44) 대장과 대원 6명은 곧장 바다로 나가 상황을 확인했다.

표류하던 여객선 미남크루즈호는 육지와 오동도를 잇는 방파제길에 부딪히듯 몸을 기댄 채 거센 파도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신 대장과 구조대원들은 가로등과 안내용 줄을 붙잡고 가까스로 여객선에 도착했다.

배 안에는 6명의 승무원이 안절부절못해 하고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여객선을 태풍이 부는 상황에서 묶어둘 방도가 없어 승무원이라도 구해야겠다는 판단에 6명에게 모두 구명조끼를 입혔다.

그 순간 태풍이 몰아치는 강풍과 파도, 빗줄기는 더욱 거세져 마치 바로 옆을 지나듯 온몸을 따갑게 난타했다.

"서둘러라" 신 대장의 지시와 함께 해경 구조대원들은 승무원 6명을 앞뒤로 끼고 육지까지 300여m 방파제길로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온몸이 바람에 떠밀려 공중으로 들어 올려지고, 그 순간 방파제를 덮쳐 월파한 파도가 몸을 옆으로 쳐 휘청거렸지만, 구조대원들과 승무원들은 방파제길 난간과 줄을 붙잡고 끈덕지게 버텼다.

그렇게 두 번의 집채만 한 파도를 견디고 육지로 향하는 길을 불과 수십m 남겨둔 시점, 사람의 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그들을 집어삼켰다.

구명조끼를 입은 승무원 2명과 이들을 붙잡으려던 해경구조대원 4명이 바다에 내동댕이쳐지듯 추락해 빠졌다.

남아있는 사람도 가까스로 바다 옆 난간에 걸치듯 부딪혀 겨우 바다에 빠지는 상황을 면했다.

다리에 왼쪽 다리를 강하게 부딪혀 골절상을 입은 신 대장도 "아 이러다 죽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태풍 차바> 태풍 속 바다에 빠진 선원들
<태풍 차바> 태풍 속 바다에 빠진 선원들

그러나 아픈 몸을 챙길 때가 아니었다.

신속히 남은 선원 4명을 육지로 부축해 옮긴 해경 구조대원들은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에 빠진 승무원과 동료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밧줄을 던지고 맨몸으로 뛰어들었다.

승무원과 함께 바다에 빠진 해경구조대원들은 승무원들이 파도에 휩쓸려갈까 봐 붙잡으며, 생존 수영을 하며 버텼다.

결국 승무원 2명과 해경대원 4명은 무사히 구조됐다.

함께 출동한 해경 대원 6명이 모두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부상을 입은 신 대장은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태풍이 물러가고 좌초된 선박을 안전한 장소로 인양하는 작업까지 앞장서서 마무리한 신 구조대장은 다친 다리를 절둑절둑 끌며 방파제길을 마지막으로 빠져나왔다.

신 대장은 "승무원과 부하 대원들이 바다에 빠진 순간 아찔했으나 대원들을 믿었다"며 "구조대원들의 헌신으로 큰 인명피해 없이 사고를 마무리해 다행이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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