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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화장실 용변 여성 훔쳐보면 '건조물침입죄'

송고시간2016-10-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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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법에서 규정한 공공화장실 아니라 '성범죄' 무죄" 판결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보건소 화장실에서 여성의 용변 장면을 엿본 남성의 행위가 성범죄가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이 성범죄 처벌법에서 규정한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중화장실 이용 안심하세요
공중화장실 이용 안심하세요

(울진=연합뉴스) 울진군은 여성 범죄 예방을 위해 공중화장실에 여성 안심 비상벨을 설치했다. 2016.10.24 [울진군 제공=연합뉴스]
shlim@yna.co.kr

광주지법 형사3단독 성인혜 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혐의로 기소된 A(4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대신 예비적 공소 사실인 건조물침입죄에 대해서는 유죄로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A씨의 행위가 성범죄가 아닌 건물에 무단으로 침입한 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A씨는 성범죄 전과 2범으로 지난해 6월 출소했다.

출소 1년 만인 지난 7월 오후 광주 모 보건소 2층 여자화장실에서 변기를 밟고 올라가 칸막이 위로 얼굴을 내밀어 옆 칸에서 용변을 보는 여성의 모습을 훔쳐봤다.

검찰은 A씨가 성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성을 훔쳐본 것이라며 성범죄를 주혐의로, 화장실 관리자의 허락없이 무단으로 화장실에 침입했다며 건조물침입죄를 예비적 공소 사실로 추가했다.

성 판사는 성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근거해 공중이 이용하도록 국가, 지자체,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하고 설치·관리기준이 구체적으로 규정된 곳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은 관할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는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성 판사는 "설사 일반인이 이 화장실을 사실상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더라도 죄형법정주의의 법리에 비춰볼 때 공중화장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처벌의 현실적 필요성은 입법에 의해 해결돼야하고 형벌 법규를 확장·유추 해석해서는 안된다"며 "주의적 공소 사실(성범죄)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예비적 공소 사실인 건조물침입죄를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최근 실외화장실에서 여성의 용변 장면을 엿본 남성의 행위에 대해 유죄일 것이라는 통념과 다르게 "법에서 정한 공중화장실이 아니다"는 이유로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자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원이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한 법 해석을 했다는 평가와 동시에 법 문언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국민 상식과 괴리된 판결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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