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소외층 예술교육서 활개친 공무원·대학교수 비리

송고시간2014-05-07 17:31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소외계층 학생들도 예술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추진된 '초중등 예술교육 활성화 사업'은 겉만 번지르르한 전시행정에 부도덕한 공무원과 대학교수들이 기생하며 잇속을 챙긴 비리 덩어리 그 자체였다.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수사결과 발표로 이른바 소외층 예술교육 사업 비리의 민 낯이 드러났다.

경찰은 사업에 개입해 수억원의 예산을 빼돌리고 뇌물을 받은 교육부, 문화체육부 공무원과 대학교수 등 관련자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번 수사로 예술교육 사업을 조율하고 일선 초중등 학교에 오케스트라 등 예술 교육을 자문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대학교 사업단이 시종일관 허술하게 운영됐을 뿐더러 제대로 된 감독도 받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잇속 챙기기 비리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경찰 수사 결과, 작년과 재작년 각각 구성된 사업단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고된 11명의 연구원은 예산을 가로채려고 허위로 등록된 인물로 확인됐다.

9명은 교육부 6급 공무원 A(51.여)씨의 딸 등 친인척 5명, 문화체육부 5급 공무원 B(56)씨의 친척과 지인 등 4명의 명의였다. 나머지 2명의 연구원은 사업단이 뒷돈을 만들기 위해 만든 허구의 인물이었다.

정작 사업단에 정식으로 채용된 2명의 연구원은 사업단이 아닌 교육부 청사에 파견돼 A씨의 업무를 보조하는 엉뚱한 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사업단이 한 일이라곤 오케스트라 학생들이 볼 악보를 인터넷에 올리고 담당 교사들을 모아 워크숍을 연 것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경찰 수사 과정에서 17개 일선 학교를 상대로 설문한 결과, 사업단의 존재 자체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단이 진행했다는 사업도 기가 막힌다. 음대 교수를 통해 인터넷에 악보를 올리는데 집행했다고 밝힌 예산은 교수 한 명당 1천만∼2천만원에 달했지만 이는 학생도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이었다. 비용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사업단의 업무 계획 중 학생들을 인솔해 해외 모범 사례를 견학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었지만, 작년 5월 미국 연수 때 학생들은 빠지고 사업과 전혀 상관없는 장학사들이 연수단에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2천만원으로 책정돼 있던 연수 비용도 사업단이 마음대로 6천만원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사업이 방만하게 운영된 건 사업의 실무를 맡은 교육부 공무원 A씨가 교육청을 배제한 채 사업단 업무에 끼어들어 전횡을 일삼았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교육청은 예산만 교부하고 정산서만 받아 보관하라'고 해서 교육부 사업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공무원 A씨와 B씨는 곳간에서 감 빼먹듯 대담하게 사업단 예산 수억원을 빼돌렸지만 구속을 면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은 '이들이 일부 범죄 수익을 공탁했고 예술 활동 사업을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한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불구속했다"고 말했다.

banana@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