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강남 고급 대단지 아파트 '방화범' 잡고 보니 '주민'

송고시간2016-01-24 07:31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경찰, 불구속 입건…범행 동기·경위는 제대로 진술 안해

강남 고급 대단지 아파트 '방화범' 잡고 보니 '주민' - 1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서울 강남의 고급 대단지 아파트 지하상가에서 방화 사건이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이 보름 만에 방화범을 잡고 보니 외부인이 아니라 다름 아닌 이 아파트 주민이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이달 9일 오전 1시께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 지하상가에 있는 채소상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가게 내부를 태워 3천여만원가량의 재산 피해를 냈지만 다행히 일찌감치 달려온 경비원들에 의해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고 곧 꺼졌다.

이곳은 동 수가 40여개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다. 지하 공간이 주차장과 상가 등으로 연결돼 초기 진화가 되지 않았다면 단지 전체로 불이 번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상가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한 남성이 화재 전날 오후 9시 30분께 상가 안으로 들어갔다가 화재 직후 빠져나온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이 용의자가 외부인일 것으로 보고 화재 전후 단지를 출입한 사람들을 조사했으나 용의자를 찾지 못해 자칫 수사가 장기화할 조짐까지 보였다.

그러다 6일 뒤 반전이 일어났다.

채소가게 주인이 자신의 가게 옆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온 한 남성을 보고는 CCTV에서 본 방화 용의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이를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장을 보러온 남성이 찍힌 CCTV 등을 분석한 끝에 아파트 단지 주민 A(55)씨인 것을 확인하고 21일 아침 집에서 나오는 그를 체포했다.

강력팀 형사들이 들이닥치자 A씨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고 말문이 막힌 듯 범행에 대해 부인도, 인정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결과 A씨는 전과는커녕 일반 기업체에 다니는 직장인으로 부인과 자식들과 함께 사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는 당시 상가에 간 것은 맞다면서도 범행 경위와 동기에 대해선 입을 다물거나 '술에 취한 상태였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만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아파트는 완공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서초동 노른자위 구역에 있어 25평 전세가도 8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진 고가 단지다.

A씨는 자가 소유자는 아니고 서울시가 이 단지에 공급한 장기 전세주택 입주자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A씨를 현주건조물 방화와 야간 건조물 칩입절도 미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방화 혐의가 무겁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A씨에게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ses@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